사실 글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얘기지만, 
   출판의 입장에서는 꽤 신경이 쓰일 법한 일 중 하나가 다름아닌 '판형' 문제입니다. 
 
   적절한 크기와 잘 배치된 문장이 좋은 책을 만드는 수백 방편들 중 하나인 만큼, 가장 바람직한 '판형'을 선택하는 일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주요 '판형'에 대한 생각들을 미리 좀 정리해볼까 해요. 
 
   
   
   1. A4 (국배판, 해당 문예지 없음) 
   가장 널리 알려진 용지의 크기이자, 사실상 모든 공모전에서 제출하는 원고들의 '표준'이기도 한 A4 크기는 가로 210, 세로 297mm로 거의 대부분의 글에 있어 가장 무난하고도 알맞는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가로 대비 세로 비율은 약 1.4배) 다만 이는 낱개로의 출력을 할 경우에만 국한된 얘기인 것이지, 막상 제본된 형태의 도서출판의 입장에서는 그 크기가 너무 부담스러울 법한 정도라서 자주 쓰이지는 않는 편이고요. 
   아무래도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거나 대학 또는 학원 교재 성격을 갖는다면 이 정도 규격을 채택하는 경우들도 더러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통용될만한 크기에서는 일단 후순위로 미루는 편이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2. B5 (46배판, 민음사의 <릿터>에 해당) 
   현재 살짝 변형된 크기이긴 한데, 민음사의 <릿터>가 주력으로 채택한 '판형'은 B5 크기로 일명 "46배판"으로 더 잘 알려진 경우예요. (주요 미술, 음악 잡지들이 상당수 채택하고 있는 크기이기도 합니다. 가로 대비 세로 비율은 약 1.37배) 아마도 <릿터> 측 입장에서는 기존 문학 외에 좀 더 다양한 장르나 분야들을 섭렵하겠다는 취지로 이 판형을 채택했을 공산이 큰데, 실제로 도서관 등에서 접해본 실물감은 확실히 매우 크고 가로 폭이 비교적 넓기에 특히 미술, 음악 분야 등에 좀 더 적합하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시 코너의 경우는 오히려 그 '광활한' 지면 탓에 아예 신국판 정도 크기만 남겨놓고 회색으로 여백 처리를 해놓았는데, 이건 좀 종이를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만듭니다. 역시 화려한 크기에 비해 잡지보다는 일반 도서인 경우에서 채택하기가 좀 부담스러울 법한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3. 크라운판 (계간 <문학동네>에 해당) 
   언젠가부터 계간 <문학동네>의 판형이 몹시 커져서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 '판형'이 그 유명한 크라운판인가 봅니다. 
   해당 크기는 대략 가로 176, 세로 248mm (가로 대비 세로 비율은 약 1.4배)인데 예전 초등학교 전과 시리즈들의 크기가 이 정도였지 싶습니다. A4나 B5보다는 그래도 좀 작아졌지만 여전히 페이지의 크기는 꽤 넓은 편이기에 실제로 계간 <문학동네> 역시 시 코너 또는 소설 등에서 가장자리에 상당 부분의 여백을 처리했습니다. B5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고 이해하셔도 될 것 같고요. 
 
 
   4. 신국판 (월간 <현대문학>, 계간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등) 
   일반적인 문예지들이 가장 주되게 채택한 '판형'이기도 하며, 일반적인 도서들 역시 제일 많이 적용하고 있는 '판형'입니다. 
   가로는 148~152, 세로는 225mm인데 가로 폭이 출판사마다 제각각인 경우는 재단을 위한 마진 3mm 탓으로 해석됩니다. 
   교과서 등에 주로 채택한 '국판'의 크기 (가로 148, 세로 210mm)에 비해 높이가 약 15mm 가량 더 길쭉하게 생겼는데, 또 이는 기존 B6 (46판)을 가로와 세로 공히 약 20% 정도 늘린 '판형'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가로 대비 세로 비율은 제법 늘어나서 약 1.5배) 가장 무난한 편인데, 역시 산문시의 경우는 너무 한 행이 길어지는 게 살짝 단점이기는 하죠. 
   신국판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https://m.blog.naver.com/lis4574/221422771734

단행본 책 제작시 많이 사용되는 신국판에 대한 고찰!

단행본 책 제작시 많이 사용되는 신국판에 대한 고찰! 단행본 책 제작! 요즘은 1인 출판시대라 불러도 과언...

blog.naver.com

 
 
   5. A5 (국판, 부크크판 또는 일반 독립출판물) 
   예전에는 가장 주되게 채택했을 '판형'이기도 한데, 1990년대 이후로는 '신국판'의 전면적인 등장과 함께 주변부 '판형'으로 쇠락해진 느낌을 갖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대로 가로 폭이 상대적으로 큼에 따른 여백들의 낭비 역시 아쉬운 점이 많죠. 
   아무래도 '신국판'과의 경쟁력을 비교해본다면, 당연히 열세일 수밖에 없는 한계점들이 드러납니다. 
   다만 독립출판 또는 부크크판 POD 등을 진행하게 될 경우, 워낙 '판형'이 제한적인 까닭에 부득불 이 크기를 채택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창간준비 작업을 할 때도 원래 '신국판'으로 정했던 판형을 또 다시 '국판'으로 변경해야 해서 원고 파일을 두 번 다시 편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꽤 컸었죠... 이를 통일하려면, 아무래도 '일원화'하는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6. B6 (46판, 또는 그 변형들로 대다수 시집들이 채택) 
   대부분의 시집들에서 주되게 채택하고 있는 B6 (46판) 및 그 변형들은 제각각의 크기들을 갖습니다. 
   1) 아침달 시집은 46판 (가로 127, 세로 188mm),
   2) 창비 시집은 46판 변형 (가로 127, 세로 200mm) 
   3) 문지 시집도 46판 변형 (가로 127, 세로 205mm) 
   4) 민음사 시집은 다찌판 (가로 127, 세로 210mm)
   5) 문학동네 시집 역시 46판 변형 (가로 127, 세로 225mm로 '신국판' 높이와 동일) 등입니다. 
   역시 추론해볼 수 있는 부분은 "가로 대비 세로 길이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이라는 점이겠죠. (이는 휴대하는 크기와 시 장르의 특성상 세로로 길쭉한 편이 유리하다는 부분을 동시에 고려한 맥락일 테고요.) 
   
   특기사항으로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집들에서 36판 사이즈 (가로 103, 세로 182mm)를 채택한 경우가 있습니다. 현행 시집들 중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인데, 반대로 휴대성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편이죠. 
 
 
   7. A6 (국반판, 일부 연속간행물) 
   아예 좀 더 작은 크기의 도서를 원하는 경우, A6 (일명 "국반판"이라고도 부르는 가로 105, 세로 148mm) 크기를 고려해볼 가능성도 있겠죠. 
   지면에 비해 많은 양의 글을 담아내려면 활자의 크기도 조정이 불가피하겠습니다만, 역시 이런 크기를 선호하는 독자들도 더러 있기에 함께 고려할만한 대상 중 하나로 열거해놓습니다. 
 
 
   각각의 '판형'들이 갖는 장점과 단점들이 엄연히 있고, 또 출판비용 면에서는 오히려 대동소이할 정도이므로 여러 '경제적' 부분을 고려해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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