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을 위한 언어   

 

 

 

   비통한 소년이 랍비를 찾아갔다. 랍비는 팔 다리 머리가 하나씩. 일맥상통. 밤새 목이 길쭉해진 소년을 데리고 꿈의 해변으로 갔다. 말할 수 없이 멀고 말로는 가까운. 소년과 랍비는 눈을 보기 위해 수면 위로 얼굴을 뾰족이 내민 인어들을 보았다. 하나둘 녹고. 떠오르기 위해 환희에 차서. 소년이 랍비에게 물었다. 사라질까요. 랍비가 소년에게 말했다. 이제, 눈을 떠도 괜찮습니다. 랍비는 연어의 꼬리지느러미를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은 슬픔이 지느러미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나아가는 걸 지켜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랍비는 잃어버렸다. 영원히 조용했다. 

  

 

 

   * 김현, 낮의 해변에서 혼자 (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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