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쓰는 편지 1    


   - 김사인




  그대로 하여
  저에게 이런 밤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비까지 내려
  오가는 사람들은 더 바삐 서두르고
  우산이 없는 여학생 아이들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울상입니다.
  팔다리가 있는 짐승들은 모두
  어디로 총총히 돌아갑니다.

  그러나 저기
  몇 안 남은 잎을 바람에 마저 맡기고
  묵묵히 밤을 견디는 나무들 있습니다.
  빛바랜 머리칼로 찬비 견디는 풀잎들이 있습니다.

  그대로 하여
  저에게 쓰거운 희망의 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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