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에 인사를 남깁니다.
벌써 3월도 하순에 접어들면서 월급명세서가 날아오고 반갑지도 않을 각종 공과금 고지서들도 도착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한 해의 1사 분기를 마감하는 분주한 시즌이기도 하며, 출발선에서의 마음가짐들을 제일 먼저 점검하는 시간이라고도 봐야겠죠. (또 내달이면 각 학교들에선 첫 시험인 1학기 중간고사가 있기도 하죠.)
동인지 창간준비호를 어렵사리 마무리하고, 이제는 또 각종 공모전 일정들을 챙겨줄 차례인가 봅니다.
문지 시인선을 쭈욱 살펴보는 시기였기도 한데, 어느덧 599호째를 낸 이 거대한 산맥이 600호 기념 앤솔로지를 발간할 즈음인 것도 같습니다. 창비시선도 곧 500호를 돌파하게 될 테고요.
다소간의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동인지 작업을 하면서 퇴고시간을 놓쳐버린 아쉬움도 좀 남았지만, 그래도 뭐 어차피 똑같은 글쓰기일 테니 크게 괘념치는 않기로 합니다.
길가에 하나둘 노랗고 연분홍빛을 띤 꽃들도 등장하고 비록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는가 봅니다.
화사한 봄날씨가 꽤나 기다려봄직한데, 이 계절을 얼마만큼 찬란히 지낼 수 있는가도 곧 즐거운 상상의 몫으로 놓을 이번 주말이겠군요.
다사롭고 평안한 주말 되시기를 바랄게요.
오늘 꺼내보는 시는 십 년 전의 명작 한 편입니다.
- - - - - -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지, 2022)
'·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산, 호수공원 (2) | 2024.04.08 |
---|---|
정독도서관에 핀 벚꽃 (0) | 2024.04.04 |
3월의 마지막 날 (0) | 2024.03.31 |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이제니) (0) | 2024.03.24 |
<작가연대> (ft. 작가회의) (0) | 2024.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