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지성' 동인을 준비하며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뵙게 돼 너무 반갑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 시 필명인 '단테', 소설 필명인 '연초록, 수국' 그리고 평론 필명인 '정독'으로들 잘 알고 계신 '단연정' (제 신춘문예 필명)입니다.
오늘 감히 제가 초대장을 내민 분들은 현재 국내 온라인 문학 커뮤니티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시워, 평상시, 문학의 모든 것 등에서 저와 일정 부분 함께 지내신 분들로 향후 함께 계속 글쓰기의 삶을 이어가리라 믿고 기대하는 분들을 우선 수줍게 초대하였고요.
다름이 아니옵고, 현 등단제도 또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현재 등을 바라보면서 늘상 갖던 아쉬움들을 어떻게 해소하면 좋을까 싶다가 한때 큰 붐이었던 '동인' 활동의 형태로 한 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해 그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또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큰 취지를 함께 아우르는 성격의 준비성 모임을 간단히 제안해볼까 함이고요.
(여러 형편상 가장 손쉽게 우선 힘을 모아볼만한 플랫폼이 역시 카카오톡 기반의 대화방인지라 이곳에서 처음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1. 등단제도의 현주소에 관한 단상
비로소 올해 신춘문예가 모두 마감되었고, 상당수의 일간지에서 이미 당선자 연락을 한 상태인 시잠입니다. 또 한해의 성과를 내심 초조한 기색과 절실한 마음으로들 기다리셨을 줄 알고요.
그제였나요? 문학의 모든 것 방에서 베베와토라님이 말씀하셨듯이 당락도 물론 빛나는 성취임엔 틀림이 없지만 그 준비과정만으로도 한발 더 나아갈 기회를 얻는다는 넉넉한 믿음이야말로 '평생작가'의 근본적인 스탠스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더구나 그토록 힘겨운 등단과정 (그것도 고작 한 해에 열세자리 뿐인 주요 문예지/중앙일간지의 "메이저 등단")을 어찌어찌해 통과했다손쳐도 등단시인의 삶은 계속 힘겹기만 하고, 과연 누가 내 시를 읽어줄까에 대한 고민들도 역력해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정작 우리들한테 필요한 건 "등단작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오히려 "독자들의 사랑"이었음에도 등단시인의 데뷔시집이 고작 1쇄, 그것도 요즘은 5백~1천 부에 불과한 수량조차 팔아내기도 힘든 이 벅찬 현실 앞에 저마다 크디큰 절망감만을 곱씹지는 않았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를 극복하려는 '대안적' 시도와 실험이 더 활발해져야 함은 아닐까 하는 고민들도 적지가 않았고요...
그런 차원에서의 고민들을 좀 함께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2. 문학 커뮤니티의 현주소에 관한 단상
현재 국내에선 가장 활발하고 또 대중들한테 많이 알려진 플랫폼이 대략 두세군데 정도가 있겠습니다.
크게 보면 네이버와 다음에 위치한 각종 카페들, 그리고 일부 문학 전문 사이트들과 카카오톡 기반의 채팅 카뮤니티 등입니다. (디씨인사이드의 문학갤러리 등은 특정 계층/세대들만의 시각에 너무 편중돼 그리 '대표성'을 갖진 않는 것 같고요.)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커뮤니티는 다들 잘 아시는 "기승전결 작가그룹" (약 12만명)인데 그들 중 상당수는 웹소설 분야 또는 극본/시나리오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아쉽게도 본격문학으로는 게시판 달랑 두개와 채팅방 한곳 뿐인 현실입니다. (대략 50여명 정도가 하루종일 잠수중인 관계로 이마저도 좀 유명무실하고요.) 또한 그 '양'만큼 '질'을 확보하기에도 좀 버거운 형편이어서, 예상과 달리 크게 활성화되진 못한 모습이고요.
다른 더 작은 카페들 중 일부는 본격문학을 중심으로 한 곳들이 더러 있는데 다들 대동소이한 모습으로, 그나마 많이들 찾는 곳들은 각종 공모전 (즉, 결국 등단을 위한 정보재공 측면) 일정 및 수상작 등을 공유하는 곳들이 주로 많습니다.
문학 전문 사이트들은 주로 신문 또는 문예지를 표방하는 곳들을 위주로 해 형성돼있습니다. 이들 사이트에서의 큰 특징은 아무래도 작금의 이해관계상 일반창작 커뮤니티 지원보다는 독자형 커뮤니티 제공 및 구독형 서비스 모델 홍보 등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저도 2000년대 초반까지 줄곧 활동해온 바 있는 창비의 "글이 있는 뜨락"과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게시판"에서 어쩌면 예전의 '다음 아고라'와도 같은 역할과 창작 인큐베이팅 등을 좀 기대했었지만 아쉽게도 두 출판사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 탓에 이들 공간은 모두 폐쇄되어 크게 아쉬웠던 경험도 있습니다.)
현재 오히려 가장 활동이 왕성한 곳들은 카카오톡 기반의 채팅방들이 있습니다. 채팅방 규모한도인 1500명 수준의 다양한 독서토론 커뮤니티들도 있지만, 창작 위주의 "합평" 커뮤니티들로 한정해 본다면 제일 큰 규모로는 200명 이상 회원을 보유한 시워, 평상시 등이 있겠고 그 다음으로 역시 엇비슷한 규모인 씀방, 문학의 모든 것, 글쓰는 사람들 정도가 더 있겠습니다. (창작시를 게시할 수 있는 곳들로는 고독한 책읽기, 매일 추천시 한편 등도 있지만 주로 감상 위주의 커뮤니티들이니 제외하겠습니다.)
3. 카카오톡 기반 채팅 커뮤니티들의 풍경
이들 온라인 채팅방 중심 커뮤니티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소속/참여 회원들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양한 편이긴 해도, 대동소이한 특징들을 갖는 관계로 이를 간략히 정리해본다면,
1) 접근 편의성 (진학상담소?)
2) 소통 편의성 (휘발성 대화?)
3) 익명의 자유 (인스턴트식?)
4) 제로의 비용 (낮은 퀄리티?) 등이겠고요.
각각을 조금씩 더 플어본다면,
1)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겠지만, 이 탓에 문학을 진지하게 고민해온 분들보다는 되레 고등학교 문예부 또는 대학교 진학 등을 준비중인 청소년과 입시생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 까닭에 정작 출간과 등단 등의 문제와 고민을 함께 나누기보다는 다소 상투적인 학창 시절의 교우관계나 시험문제, 또는 대학교 전공선택과 진학상담 등에 관한 대화들이 너무 많고 또 해마다 중복되는 한계를 좀 갖겠습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한계요 문제점인데, 유일하게는 글쓰는 사람들에서는 별도의 "사담방"을 운영해 문학 외 대화들을 엄격히 통제하는 노력을 또 시워에서는 "만 20세 미만" 회원가입을 내내 금지해왔고, 유사한 고민들에 기인한 그동안의 노력들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2) 사실 더 아쉬운 부분은 잡담들 따위보다는 이 "아카이빙 공간의 부재" 문제겠죠. 문학의 모든 것, 글쓰는 사람들이 별도 카페를 운영중인 이유인데 그리 활성화되진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향후 주력목표가 될 "문집 형태로의 출간"을 염두에 둔다면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에 해당될 부분인만큼 카카오톡 기반의 휘발성 대화에서는 제일 크게 와닿는 한계입니다. (자체 게시판 기능이 물론 있지만, 이 역시 3개월 이후 자동삭제되는 부분과 댓글 중심으로 소통을 하려면 "수정" 기능이 필수인데 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한계 등이 있어 결국 카카오톡 외부의 다른 공간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갖습니다.)
3) 오프라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이는 장단점을 함께 갖는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자유를 보장해준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언제라도 도로 남남이 될 수 있는 근본적인 '익명성'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갖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종 목표물 중 하나인 출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결국 '대화명'이 아닌 '필명'의 문제에도 봉착하게 마련이겠죠.
4) 거의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가장 큰 특징을 갖습니다. 가입비도 없고, 모든 지불비용은 전혀 강제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무료와 유료 모델 사이의 퀄리티 역시 큰 차이가 없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다만 이 역시 문학 커뮤니티들의 최종 결과물이게 될 '출간' (즉 동인지 형태의 성격을 띤 각종 문집의 발행 등)에 있어서는 결국 '비용'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또 이들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도 결국 '경제적 규모'라는 시장의 관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의 1인 출판이 POD 형태를, 또 소규모 집단은 자가출판을, 좀 더 큰 규모의 집단에서는 출판사 투고 등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일 테고요.
4. 개략적으로 구상해놓는 '동인' 커뮤니티의 구상
사실 이름만 거창하게 '시와 지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았지 그동안 전혀 아무런 시도나 활동을 해본 적 없는 저로서는 몇몇 아이디어들을 통해 간략한 구상 정도만을 생각해왔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첫째로는 '평생작가'라는 요소가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등단과 비등단을 구분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사람들의 관계는 만남과 헤어짐이 엇갈린다는 점 때문에 계속 함께 이 길을 걷는다는 게 제일 소중한 부분이 아닐까 하고요. 일회성 프로젝트보다는 상설적 형태의 모임을 더 고민하게 된 연유입니다.
둘째로는 '오프라인'의 병행이라는 요소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갖는 한계를 인식해왔고 일정 부분은 '오프라인' 형태가 그것들을 상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들도 좀 있겠습니다.
셋째로는 '공동의 목표' 부분이 있을 텐데요. 일단 제 생각으로는 '동인지 출간'을 그 첫째로 꼽고자 합니다. (카카오톡이 회원규모라면, 또 각자의 입장에서는 등단 또는 문학상이 목표였다면 이 부분은 제일 다른 목표가 되겠죠.) 즉, 모든 동인 활동의 목표지점은 '동인지 출간'을 위한 활동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용' 문제는 항상 최소화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데요. 비록 '무료'까지로는 힘들더라도 여전히 '경제' 문제만큼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부득불 이 커뮤니티에서도 일반 재학생들은 제외하려고 한 까닭입니다.
이 정도의 개략적인 구상과 틀 안에서 또 하나의 '동인'을 한 번 준비해보면 어떨까 해 이렇게 귀한 시간을 쪼개서 참여해주신 분들께 의견을 구하며, 저 역시 그 의견들을 토대로 좀 더 상세한 구상과 계획들을 여쭙고 상의드리려 함입니다.
이제부터 좀 더 자유롭게 이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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