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님의 조계사 디제잉을
탐탁치 않게 여긴 말레이 불교계의 입장
그러므로, 길 가는 이들이여
그대 비록 악을 이기지 못하였으나
약과 마음을 얻었다면,
아픈 세상으로 가서 아프자.
- 황지우, ‘산경’에서 (게 눈 속의 연꽃, 문지 1990)
선시를 써보겠다는 전갈을 받았었지
함께 전등사 대웅전 앞에서 서해바다를 보면서
너는 내게 물었었는데
오늘밤 어디서 잘 거냐면서
자기는 상관없다고도 말했어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만남과 헤어짐은 늘 이렇듯 부질없는 일
이십사 년만에 만난 우리는 함께 웃었고
난 그래서 더 좋았고
첫아들이 해병대에 입대했다며 바쁜데
한가한 시절들을 내내 기다린다
계속 바쁘게 지내는 게 더 좋겠다
보름 후엔 창비 신인문학상 응모가 있고
반 년 뒤엔 내년도 신춘문예가 또 있고
글을 쓴다는 일은 승려가 되는 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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