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봄비
초록의 아침을 시샘하듯 연회색 구름도 영원하듯
미루어둔 약속처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느닷없게
오월 초에 사흘째 오는 봄비는 후회일까 토로일까
밤새도록 속살댄 창문에 물그림자로 내비친 얼굴
인사도 적지 못한 채 몇 마디 물고 엎어진 대화창
그렇게 그리웠었니,
그토록 절절했었니
이윽고 아침이 밝고
잦아드는 빗방울 만큼이라도
그윽할 수 있었다면,
애처로울 수가 있다면
하나둘 수첩의 이름을 지우던 그 시절에도
왜 머릿속 만큼은 도통 지워내지도 못하였나를
왜 이 화사한 봄비에도 우두커니 침묵 뿐인가를
침묵 뿐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가를
사랑해왔기 때문인가를,
사랑해가기 때문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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